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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봄 관련 짧은 시②(이해인 시인, 3월의 바람 속에, 봄 햇살 속으로, 봄의 연가,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말의 빛, 작은 위로, 시간의 얼굴, 시 감상)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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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시간에는 '풀꽃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나태주 시인의 봄 관련 짧은 시 몇 편과 그의 시론들을 소개하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와 시론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2022.03.21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봄 관련 짧은 시(나태주 시인, 3월에 오는 눈, 어린 봄, 낯설게 하기, 역설, 은유, 비유,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봄이다 살아보자, 그것에 대해 쓰지 말고 바로 그것을 써라, 유치환, 깃발)

 

✔봄 관련 짧은 시(나태주 시인, 3월에 오는 눈, 어린 봄, 낯설게 하기, 역설, 은유, 비유, 꽃을 보

그렇게 또 봄이 온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봄날을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 봄은 짧기에 아름답고, 찰나이기에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 화사한 봄꽃들, 더없이 찬란하기에 눈물이 나고, 눈물없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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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이해인(李海仁, 1945~) 시인이 쓴 '봄 관련 시'들을 몇 편 소개하도록 하겠다. 

 

 

 

 

 

3월의 바람 속에 1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 이해인, 《3월의 바람 속에 1》, 전문,
시집 《시간의 얼굴, 1989년 초판, 1996년 개정판》중에서

 

 

 

시간의 얼굴 - 교보문고

이해인 수녀의 맑고 고운 시 모음집.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시집이다. 1989년에 초판을 펴낸 시집을 새롭게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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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속으로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 이해인, 《봄 햇살 속으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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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연가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 이해인, 《서시, 봄의 연가》, 전문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 교보문고

이해인 시집 | 이해인 수녀의 지난 인생을 아우르는 시집미발표 신작 시 35편을 포함한, 삶으로 써 내려간 고백들!‘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순간이 곧 행복한 봄’이라고 고백하는 이해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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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사랑하면/언제라도 봄이라니, 정말 예쁜 말이 아닌가. 일테면 봄볕을 가만히 쬐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봄날, 꽃들이 핀 거리를 함께 걸으며 잡은 손에 살며시 힘을 주는 그 사람의 얼굴은 정말 사랑스럽다. 봄의 기운이란 그런 것이다. 

 

이해인 시인도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작가이다(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카톨릭 수녀이다).

 

시인의 작품 중 《말의 빛》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언어영역 읽기 교과서에 실려있다고 하는데(출처 : [위키백과], 이해인), 그만큼 오랜 기간 활동하며 대중에게 쉽게 읽히는 시들을 많이 발표했다.

 

아래에 시 《말의 빛》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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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빛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 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 이해인, 《말의 빛》, 전문
시집 《작은 위로, 2002년 초판, 2008년 개정판》 중에서

 

 

작은 위로 - 교보문고

『작은 위로』 개정판 동시 출간!이번 『작은 기쁨』 출간에 맞춰 열림원에서는 『작은 위로』 개정판도 함께 펴냈다. 『작은 위로』는 2002년 초판 출간 이후 20쇄를 거듭할 만큼 많은 독자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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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교육적이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어른들에게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용서하세요"라는 이 세 가지 말은 무척 어렵다.

 

어딘지 모르게 쑥스럽고 어색하고 민망하다(아, 물론 아무한테나 '사랑합니다' 라는 멘트를 날릴 수는 없으니 이는 가족이나 절친에게만 한정적으로 사용하자). 과연 하루에 한 번이라도 쓸 수 있을까.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것도 어려운 우리들의 일상.

 

흔히 사랑하면서도 살아가기에도 짧은 세상이고 인생이라고들 하지만, 우리들의 미간에 잡힌 '내 천(川)'자는 도무지 사라질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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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면서도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이제는 내 마음의 봄도 반드시 올거라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그의 시도 노래처럼 입술 위를 맴돌고, 언제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기에 좋다.

 

시는 사람의 말보다 빠르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때로는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시공간을 넘어, 서정시가 대중에게 오래오래 사랑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마음이 움직여야 납득하고, 납득해야 비로소 행동하게 되니까. 

 

3월 하순이지만, 시 속에 등장하는 시어처럼 아직은 시린 바람이 때로, 우리의 몸을 움츠리게 한다.

 

길고 긴 겨울, 각자의 일상에 지쳐 웃을 일이 드물었던 우리에게도 어김없이 계절은 찾아온다.

 

봄은 시작이고, 결심이고, 사랑이고,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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