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는 칼 융(카를 구스타프 융, 1875~1961)이 제시한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1. 분석심리학의 등장배경 :
때는 20세기 초인 1903년, 스위스의 부르그홀츨라이(Burgholzli) 정신병원에서 일하고 있던 칼 융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The Interpretation of Dreams)」을 읽게 된다.
융은 당시 개인의 무의식을 탐구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페히너와 골턴이라는 사람들이 기존에 고안했던 '단어 연상 검사(단어 연상 실험, word association test)' 를 활용하고 있었는데, 「꿈의 해석」을 통해 인간의 마음에 대한 자신의 연구와 프로이트의 연구가 연관성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해서 융과 프로이트의 인연은 '서신왕래'를 통해 시작된다.
그리고 정신분석의 두 거장의 협력(융과 프로이트를 '사제지간'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두 사람은 학자 대 학자로서의 '대등한 관계'라고 보아야 한다)은 1907년~1912년(혹은 1913년)까지 이어지게 된다. 뭐, 그 뒤로는 잘 아시다시피 서로의 견해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는 뜻이다.
■ 1906년부터 1914년까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들은 대략 360통 정도라고 하는데, 그 중 200편을 요약 정리한, '프로이트와 융이 서로 만나 결별하기까지 남긴 기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이 한 권 있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서신왕래를 통해 이론과 실질적이고 임상적인 심리치료의 방법에서부터 개인의 가정사까지, 폭넒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지만, '정말로 솔직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던'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 보시길 바란다.
(1) 융과 프로이트의 결정적인 견해 차이는 바로 리비도(Libido)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보통 말하는 성욕, 다시 말해 성기(性器)와 성기의 접합을 바라는 욕망과는 다른, 넓은 개념이다. S.프로이트는 리비도가 사춘기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서서히 발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성본능은 구순기(口脣期)· 항문기(肛門期)를 통해 발달하다가 5세경 절정에 이른 후, 억압을 받아 잠재기에 이르고, 사춘기에 다시 성욕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리비도는, 중도에서 발달이 중지되기도 하고[固着], 완전히 발달했다가 거꾸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退行]. 이상성욕이나 신경증(神經症)이 이에 속한다.
또한 리비도는 대상에 주입(注入)되어 축적되는데, 이러한 리비도를 대상(對象) 리비도라고 한다. 우정, 부자간의 정, 연애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자아(自我)에게 주입된 리비도를 자아 리비도 또는 나르시시즘적 리비도라 한다. 자기의 건강상태를 이상스러울 정도로 걱정하는 상태, 말하자면 심기증(心氣症) 같은 것이 그것이다.
리비도가 충족되기를 바라다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불안으로 변한다. 또한 리비도는 승화되어 정신활동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처음에 리비도를 자기보존 본능과 대립되는 것으로 보았으나, 나중에는 이 둘을 결합, 에로스(영원의 결합을 구하는 본능)라고 하여 죽음의 본능, 즉 삶을 파괴하려는 본능과 대립시켰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리비도 [Libido] (두산백과)
즉, 프로이트가 리비도를 성적 에너지로 주장한 반면 융은 이를 일반적인 생활에너지로 본 것이다. 물론 이것은, 리비도가 성적인 에너지를 아예 포함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리비도가 '오로지 성적 에너지이다'라고 본 프로이트의 생각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 아래의 인용문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융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나는 꿈과 히스테리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프로이트처럼 어린 시절의 성적 외상(트라우마)에 유일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또 프로이트처럼 성을 과도하게 전면에 부각시키지도, 성이 심리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 집단무의식의 개념으로 심리학의 새로운 장을 열다 (인물세계사, 박중서)
다시 말해 융은 프로이트의 성적 이론을 전부 부정한 것이 아니다.
또한 성격형성에 있어서도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5세 이전)의 영향에 의한 '결정론적' 입장을 보인 반면에 융은 개인의 성격이 미래의 목표와 열망에 의해 형성되며, 살아나가는 속에서 후천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이른바 假유형).
(2) 어쨌든 말이 쉽지, 오랫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이론적인 배경에 있어서 서로 공유하는 부분도 많은 프로이트와의 결별과 독립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융은 프로이트와 결별한 후 한동안 학문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일시적인 고립의 상태를 경험했다. 이 기간 동안 자신의 무의식을 더욱 깊게 탐구하였는데, 그 영역은 정신의학에서부터 영지주의와 연금술, 신비체험, 동양학, 만다라 등등에 이른다.
이렇듯 심령과 과학을 넘나드는 융의 연구는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원형, 집단무의식,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의 독창적인 개념을 낳게 되는 근간이 된다.
뭐니뭐니해도 융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1921년 「심리학적 유형(Psychologische Typen)」에서 외향성과 내향성 등 8가지의 성격유형을 구분하였다는 데 있다.
*(그의 이론을 일컬어 '심리유형론(Psychological Type Theory)'이라고도 하며, 이는 후에 마이어스-브릭스 모녀에 의해 MBTI® 성격유형검사의 모태가 된다).
2. 분석심리학 이론의 특징 :
(1) 융의 분석심리이론은 철학, 고고학, 종교학, 신화, 점성술 등 광범위한 영역을 반영하고 있다.
(2) 그는 개인의 전체적인 성격을 '정신(Psyche)'이라고 보았고, 성격의 발달을 '자기(Self)' 실현의 과정으로 생각했다.
(3) 또한 정신(Psyche)을 크게 '의식(Consciousness)'과 '무의식(Unconscious)'의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했으며, 무의식을 다시 '개인무의식(Personal Unconscious)'과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으로 구분했다. (프로이트는 개인무의식만을 인정했다)
(4)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의 대립을 극복하여 하나의 통일된(통합된) 전체적 존재가 된다고 생각했다.
(5) 개인은 독립된 존재가 아닌 역사를 통해 연결된 존재이며, 사회적 규범이나 문화적 요구에 적응하는 동시에, 자기실현의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6) 인간은 본질적으로 양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양성론적 입장'을 취하며, 인생의 전반기에 자기(Self)의 방향이 외부로 지향되어 분화된 자아(Ego)를 통해 현실 속에서 자기(Self)를 찾으려고 노력하며, 다시 중년기를 전환점으로 하여 자아(Ego)가 자기(Self)에 통합되면서 성격발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균형과 통합).
3. 주요 개념 :
(1) 개인무의식(Personal Unconscious) :
①의식에 인접해 있는 부분으로서, 쉽게 의식화될 수 있는 망각된 경험이나 감각경험으로 구성된다.
②일테면 의식은 되었으나 그 내용이 중요하지 않은 것, 또는 의식될 경우 고통스러우므로 망각되거나 억제된 자료의 저장소를 통칭한다.
③이는 프로이트의 전의식(Preconsciousness)과 유사해 보이지만, 무의식(Unconsciousness)까지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2)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
①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적 하부구조로서, 본능과 원형을 주된 내용으로 하되, 개인적 경험이 아닌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를 통해 공유해 온 모든 정신적 자료의 저장소라고 할 수 있다.
②따라서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조상이나 종족 전체의 경험 및 생각과 연관된 원시적 공포(일테면 파충류 혹은 곤충, 그리고 맹수에 대한 공포, 대홍수에 대한 공포), 사고, 성향 등을 담고 있는 무의식이다.
③이는 민족. 종족 등에 유전되는 집단의 공통된 정신이자 '심상(image)'으로서, 인식되거나 의식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인격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 집단적으로 유전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매우 강력하고 광범위하다.
④집단무의식은 상징화되어 있으며, 무의식 속에서 전승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민족. 종족. 또는 인종의 신화, 설화, 민담, 전설, 민요 속에는 집단무의식의 심상이 '원형(Archetypes)'으로 남아있는 것이 보통이다.
⑤직접적으로 의식화되지는 않으나 꿈, 신화, 예술 등을 통해 상징적인 형태로 표현되며, 인간에게 어떠한 목표와 방향감각을 부여한다.
(3) 콤플렉스(Complex) :
①정서적 색채가 강한 관념과 행동적 충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양한 종류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무의식 속의 관념덩어리이다.
②개인무의식의 고통스러운 사고, 기억, 감정 등이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연합되어 심리적인 복합체를 이루게 되는 것으로,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기도 하며, '퍼스낼리티 속의 별개의 작은 퍼스낼리티'라고 부른다.
③따라서 무의식적인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것이 인격성숙을 위한 과제라고 본다.
(4) 원형(Archetype) :
①집단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물려받은 정신적 소인을 말한다.
②원형은 형태(Form)를 가진 이미지 또는 심상일 뿐, 내용(Content)은 아니다. '상징(Symbol)'이 원형의 내용이며, 곧 원형의 외적 표현이다. 따라서 원형은 꿈이나 신화, 예술 등에 나타나는 상징을 통해서만 표현된다.
③인간이 가지는 보편적. 집단적. 선험적 심상들로서, 성격의 주요 구성요소에 해당한다.
④원형은 특징은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끼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⑤대표적인 원형으로는 '자기(Self)', '페르소나(Persona)', '음영(그림자, Shadow)',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 등이 있다.
◆ 다음 시간에 계속, 원형의 주요 종류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참조 및 출처 : [성격심리학], 정신역동, 핵심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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