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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카운터 테너와 카스트라토(파리넬리, 알토, 콘트랄토, 안드레아스 숄, 프랑코 파지올리, 필립 자루스키, 최성훈, 라포엠, K-크로스오버)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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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스트라토(castrato)  

 

변성기가 되기 전에 거세를 해서, 성인이 된 후에도 여성의 음역대를 낼 수 있도록 한 '남성 소프라노'를 일컫는 말이다(보이소프라노와는 다르다).

 

이탈리아의 카스트라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중세(더 정확하게는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유럽에서 여성이 교회의 성가대(는 물론 '설교'를 할 자격도 없었다)나 무대에 서는 것을 금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출현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 ...당시 교회 성가대원은 모두 남자 어린이와 어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로마 교황이 지배권을 행사하는 지역에서는 성가대뿐만 아니라 오페라 무대에서도 여성이 노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변성기 이전의 사내아이를 거세시켜 맑은 고음으로 노래하게 한 카스트라토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랍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카스트라토 (오페라 교실, 이용숙)

 

이런 아이러니함 속에서 등장한 카스트라토는 18세기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는데, 그것은 당시 이탈리아에는 카스트라토 양성학교가 많았고, 그 학교들이 화려한 기교를 가진 카스트라토 들을 공급함으로써 가능했다.

 

록음악이나 뮤지컬 등이 아직 대중화되기 전인 그 옛날, 일단 카스트라토로서 성공하기만 하면 엄청난 부와 명예, 그리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탓에, 당시 이탈리아의 부모(특히 가난한 가정의 부모)들은 어린 아들의 의견 따위는 가볍게 제끼고 카스트라토의 삶을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는 법. 카스트라토로 성공한 사람들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고, 남성으로서의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그 길로 들어선 대부분의 카스트라토들은 비참한 일생을 살았다고 한다. 

 

실존했던 카스트라토 중 가장 유명했고,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파리넬리(Farinelli)'라는 예명을 가진 카를로 브로스키(Carlo Broschi : 1705~1782)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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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파리넬리, Farinelli: Il Castrato, Farinelli The Castrato, 1994

 

나를 울게 하소서
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이 슬픔으로 고통의 사슬을 끊게 하소서!

 

 

영화 속에서 그가 절규한다. 

물론 이 목소리는 인간의 목소리와

컴퓨터를 합성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음원처럼

명확하게 녹음된

실제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그저 영화 속에서 재현된

목소리를 통해

가늠할 수 없는 그 고통을

상상할 뿐이다.

 

자신이 원해서 선택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화려함과 영광 뒤에 

망토처럼 길게 드리워진

카스트라토 가수의

절절한 고통을. 

 

 

■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Farinelli The Castrato,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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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카운터테너와 테너(countertenor, ft. tenor)

 

카운터테너는 변성기가 지난 후, 훈련을 통하여 가성(팔세토)으로 여성의 음역대를 노래할 수 있는 남성 가수를 말한다. 물론 육성(가성을 쓰지 않는 남성의 육성)도 가능하다.

 

실제 그 음역대는 여성의 알토, 혹은 메조에 이른다고 하는데, 따라서 '남성 알토(Male alto)'나 '남성 소프라노(Male soprano)'라고도 부른다.

 

✅ ...6~8세의 남자 아이를 거세해 변성기를 거치지 않게 하는 카스트라토와는 달리, 카운터테너는 정상적으로 변성을 거친 남성이 가성만을 이용해 노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변성된 음성과 가성을 모두 낼 수 있다.

카운터테너는 14세기 단성(單聲) 음악에서 다성(多聲) 음악으로 발전할 때 테너(기본음)의 바로 위 성부(聲部)로 처음 생겨났다. 그 전까지 단선율이던 음악이 2성부로 발전하면서 '테너'라고 불리던 아래 음역에 비해 위 음역을 부르던 '콘트라테노르(Contratenor)'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카운터테너는 본래 중세 이후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했던 과거 역사가 빚어낸 비극의 산물이기도 하다.


비발디, 헨델 등 바로크 오페라 붐에 힘입어 17~18세기 오페라의 주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카스트라토(Castrator)가 19세기 초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이들 대신 카운터테너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카스트라토가 거세라는 신체적 변화를 통해 사춘기 전의 음성을 유지한다면 카운터테너는 사춘기 이후 가성을 훈련해 알토의 음역을 노래한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카운터테너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여성의 성부인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알토(콘트랄토)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성의 성부는 아마도 테너(그 음색에 따라 테너를 리리코, 스핀토, 드라마티코 등으로 세분화하기도 한다)일 것이다.

 

이 또한 중세 시대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는데,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중세의 음악은 그 자체로 교회 음악이었다.

 

즉, 그것이 단성이 아닌 다성음악일 경우는 테너를 중심으로 다른 성부(소프라노나 베이스 등등)를 정했다는 말이다. 

 

각설하고, 테너는 (육성으로 부르는)남성 성부 중 가장 높은 음역대를 부를 수 있으며, 앞서 말씀드렸듯 음색에 따라 세분화기도 하지만 대체로 우리가 기억하고 듣기 좋아라하는 음색은 '감미롭고 서정적인(즉 리리코 스타일)' 경우가 많다. 

 

카운터테너는 테너 성부의 바로 위에 위치하며, 가성(또는 두성)을 사용해서 여성의 음역대 중 가장 낮은 알토, 즉 콘트랄토의 소리를 낸다(물론 실제로 '타고난' 여성 콘트랄토는 희귀하다. 따라서 메조 소프라노가 알토나 콘트랄토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에 대해 '잘알못'이며 전공을 한 적도 없는 나는, 부끄럽지만 카운터테너의 음성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목소리가 가늘고 얇은 남자가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인줄로만 알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 대표적인 카운터테너들. 좌측 :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 가운데 : 프랑코 파지올리(Franco Fagioli) 우측 : 필립 자루스키(Philippe Jaroussky), 사진출처 위키백과(한국어, 영어)

 

그렇게 일찌감치 관심에서 멀어졌던 카운터테너가 진정으로 내 귀를 호강시켜 준 사건은, 지난 2020년 K-크로스오버 남성중창단을 지향하는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였다. 

 

 

 

뭐 지금이야 검색창에 카운터테너라고 치면 바로 자동완성이 될 정도의 그 이름, "카운터테너 최성훈"이지만, 나는 아직도 Vivi tiranno, 하고 운을 띄우는 그의 고혹적이며 매력적인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밀도있고, 힘차며, 찌르는 듯한 에너지로 내 몸과 내 귀와, 내 골(?)을 흔들던 그 목소리.

 

아아, 몸은 쓰러지지 않고 간신히 버텼으나 마음은 이미 쓰러지고도 남았다.

 

경연이 거듭되고 그가 듀엣으로, 혹은 트리오로 계속 살아남아 갈수록, 이미 쓰러진 나의 마음은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중년의 꼰대 아저씨는 한동안 그의 노래가 선사하는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그가 속한 팀이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생애 처음 유료(투표)문자를 지르게 만들었던 라포엠의 카운터테너 최성훈. 

 

최근에 그는 영화 「파가니니 :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Paganini: The Devil’s Violinist, 2013)」에 삽입된 바 있는 'io ti penso amore'를 솔로로 불렀는데, 그야말로 나의 마음 속 아니마(anima)를 들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그리고 드라마 「빈센조」의 OST 중 'Ombra Mai fu'도 불렀다).

 

가성과 흉성을 넘나드는 기교라니! 

 

내 사랑, 나는 당신을 생각해
반짝이는 햇살이 바다 위에서 부서질 때면


내 사랑, 나는 당신을 생각해
달빛이 샘물 위에서 반짝일 때면

내 사랑, 나는 당신을 느껴
구슬픈 소리를 내며
파도가 밀려올 때
고요한 작은 숲속에서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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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녹음된 음성을 리플레이하며 듣는 나도 이렇게 황홀할 지경인데, 콘서트 등에서 실제로 그 음성을 지척에서 듣는 사람들이 받는 감동과 전율은 과연 어떠할까 하는 부러움이 차오른다. 

 

부디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그 아름답고 처연한 소리를 들려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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