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초의 상영영화, 그 후
세계 최초의 '상영영화'로 알려져 있는 뤼미에르의 「열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L'Arrivee D'Un Train A La Ciotat), 1896」이 그야말로 당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이후 7년이 흐른 1902년,
조르주 멜리에스(Marie Georges Jean Melies)라는 또다른 프랑스 감독에 의해 이번에는 세계 최초의 SF영화가 개봉된다.
영화의 제목은 「달 세계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A Trip To The Moon」, 무려 그 당시 사람들이나 요즘 사람들이나 꿈속에서나 가능했을 법한 이야기가 영상으로 제작되어 상영된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최초의 SF 영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으나, 단지 그뿐만은 아니다.
에디슨이 제작한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에서 영감을 얻은 뤼미에르 형제가 그것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의 영사기, 시네마토그라프(cinématographe)를 제작하여 자신들이 촬영한 여러 필름들을 관객들에게 '상영'했지만, 당시의 필름들은 대체로 1분 이내, 길어야 2분을 채 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인식하는 영화의 현대적인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이야기(줄거리)'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냥 촬영된 활동사진을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지 모른다.
물론 당시 사람들에게 그것은 현재 우리가 극장이나 방구석 등에서 시청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네마'가 아니었고, 그 자체로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을테니까.
2. 마술사, 극장주, 그리고 영화
따라서 조르주 멜리에스가 창조한 세계는 단순한 필름과 활동사진의 나열을 탈피해서, 영상 속의 '배우'들이 '대본(스토리)'에 따라 '배역을 연기'하며, '완성된 영화를 관객들이 감상'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네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은 14분. 지금은 그 분량이 '단편영화'나 '짧은 영상'정도에 속하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시도였다.
■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 1861~1938) :
프랑스의 마술사이자 영화 제작자이다. 초창기 영화제작 기술과 장르 발전을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다.멜리에스는 여러 가지 특수효과 개념을 고안해 영화에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는 정지 트릭(화면 씬을 끊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 다중노출, 타임랩스 기법, 디졸브 기법, 채색 수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 영화 제작에 스토리보드를 활용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멜리에스의 대표작으로는 <달 세계 여행>(1902년), <불가능한 여행>(1904년)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쥘 베른의 소설처럼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여행을 다룬 작품들로서, 최초의 공상과학 영화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 출처 : [위키백과], 조르주 멜리에스
◆ 용어해설 :
①다중노출(multipleexposure) :
한 컷의 사진 안에 여러 개의 장면을 겹치게 촬영하는 것. 본래 사진 용어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필름(사진)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즐겨 사용하는 특수촬영기법이다.
②타임랩스(time lapse cinematography) :
일정하게 정해진 간격으로 움직임을 촬영한 다음, 정상 속도로 영사하는 것. 대체로 정상 속도 보다 느리게 촬영한다. 이 기법을 이용하여 꽃이 피는 과정을 짧은 시간 내에 표현할 수 있다.
③디졸브(dissolve) :
영화 등에서 하나의 장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로 나타나는 기법을 말한다. 즉, 하나의 화면의 밀도가 점점 감소하는 동시에 다른 화면의 밀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결국 장면(화면)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을 일컫는다. 오버 랩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 출처 및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영화사전
지금은 말 그대로 가장 기본적인 기법들로 정착이 된, 다중노출, 타임랩스, 디졸브 등의 특수효과 개념들이, 그의 여러 영상들에서 시도되었고, 당시의 관객들은 아마도 '마술 쇼'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그 영상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멜리에스는 사실 극장주였고, 그 이전에 마술사였다.
물론 당시의 극장이라는 것은 영화를 상영하면서 동시에 스낵. 음료. 관련 굿즈 등을 판매하는 현재의 멀티플렉스와는 개념이 조금 다른 것으로, 마술이나 연극, 그리고 초기의 특수효과 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는 형태였다('소극장'을 연상하면 된다).
마술사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저조한 관객 동원에 파리만 날리고 있던 극장(로베르우댕)을 매입한 후, 혼자서 약 30여가지의 마술을 고안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오토마타(automaton, automata ; 움직이는 기계장치, 자동인형, 자동기계)'공연, 환등기 쇼 등의 공연으로 1895년 '환상예술가조합회(Chambre Syndicale des Artistes Illusionistes)'의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영화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1895년 12월의 어느 날,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의 극장주들을 대상으로 선보였던 비공개 시네마토그라프 시연회에 참석하게 된 것에서 비롯된다.
그 영상을 본 멜리에스는 뤼미에르 형제에게 당장 그 기계를 구입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한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 도처의 발명가들이 시네마토그라프와 비슷한 기계들을 실험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라, 그는 곧 비스무리한 기계인 애니마토그래프를 구입하게 되고, 자신의 극장에서 짧은 필름들을 상영하기에 이른다.
많은 발명가들이 실험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초기의 영사기 또는 필름카메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멜리에스는 개량된 카메라를 구입해서 직접 영화를 찍고(초기에는 뤼미에르 형제의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리메이크한 형태였다), 영화사를 설립하였으며, 전문 촬영기사를 고용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의 놀랍고 환상적인 영상 마술 쇼는 일부러 그 영상을 즐기러 찾아오는 '단골고객'들을 확보하게 된다.
1896년 멜리아스가 제작한 영화는 총 78편이었고, 그 이듬해에는 52편을 찍었다.
해마다 거듭되는 촬영(초기에는 다중노출 등의 특수촬영 기법에만 의존하였으나 점점 '이야기', 즉 '줄거리'를 삽입하기 시작하였다)으로 노하우가 쌓여감에 따라, 영화에 대한 그의 포부와 야심도 점점 커져갔다.
마침내 1902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최초의 SF영화인 「달 세계 여행」이 세상에 출현한다.
3. 영화 「달 세계 여행」이 가져다 준 것
■ 영화의 줄거리 :
남북전쟁이 끝난 후 남아도는 대포를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큰 대포를 만들어 그 안에다가 인간을 태운 우주선을 집어 넣고 달로 쏘아 올리기로 결정한다.
천문학자들을 태운 로켓이 대포로 발사되고 곧 로켓은 달에 착륙한다. 이들은 달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자고, 일어나서 동굴로 가자 거대한 버섯을 발견한다.
한 천문학자가 우산을 펼치자 곧바로 버섯으로 변해 버린다. 이때 외계인이 나타나지만 천문학자는 이를 쉽게 죽인다. 그러나 곧 더 많은 외계인이 나타나서 이들을 둘러싸고, 외계인은 그들을 잡아 우두머리에게 데리고 간다. 천문학자들은 우두머리를 죽이고 도망친다.
다섯 명이 비행선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한 명은 절벽에 걸친 비행선에 달린 로프에 매달려 비행선을 우주로 떨어뜨린다. 우주선은 지구로 떨어져 바다에 빠진다. 천문학자들은 구조되어 큰 환대를 받는다.
* 출처 : [위키백과], 달 세계 여행
우측 사진은 하필(!) 달의 오른 쪽 눈에 착륙하는 로켓의 장면으로,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것은 스톱모션 기법이 영화에 적용된 최초의 사례로 남아있는데, 인간대포(?)를 적용한 유인우주선(우주복이 없이도 달에 갈 수 있다니, 정말 낭만적이다)을 다룬다는 점에서 무슨 서커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보면 귀여울 수밖에 없는 장면들은 영화라기보다는 다분히 연극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어쩌면 영화와 연극의 중간형태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De la terre à la lune)」라는 소설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이 책에서 묘사된 유인우주선이 달에 가는 방법(대포를 이용하여 달까지 날아감), 이야기적 배경과 설정(남북전쟁 후)은, 영화에 그대로 차용되었다.
다만, 이 영화에서 원작과 비슷한 점은 그뿐으로, 원작에서는 인류가 달에 가기까지의 과정만이 묘사되어 있다.
어쩌면 당시의 사람들이 달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을 수도 있는, 이 신기하고 환상적인 마술 상자의 힘은, 거의 70년 뒤인 1969년, 유인 우주선인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함으로써 실제로 이루어진다.
'인류가 로켓(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 미지의 천체, 또는 미지의 생명체와 만난다' 는 기본 설정은 현재의 사이언스 픽션, 즉 SF(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허구)영화에 이르러서도 전혀 변하지 않는 스토리 구조다.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되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실제가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든 요리의 기본은 '좋은 재료'와 그것을 '잘 이용하는 요리사의 솜씨'이듯이, 작가 쥘 베른의 선구안과 그것을 잘 각색하여 환상의 세계를 구현한 멜리에스의 천재성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빛이 멸하지 않는 별이 되어, 우리들의 지구를 영원히 비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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