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 네임, My Name, 2021」
시즌 1개, 총 8부작
청소년 관람불가
출연 :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크리에이터 : 김바다, 김진민
☆ 본 드라마 추천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감상과 내용은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힙니다.
1. 줄거리
✅ 조폭이자 조직의 행동대장 격인 아빠 윤동훈(윤경호)을 둔 여고생 윤지우(한소희).
아빠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왕따에다가,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 전학을 앞두고 있다. 급기야 자신을 괴롭히던 무리들과 싸움을 벌이다가 자퇴를 선언해버리는 지우.
17세 생일날,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지우는 그동안 쌓아두었던 분노를 폭발시키고, 아빠는 형사들의 감시망을 뚫고 그녀를 만나러 오지만,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의문의 인물에게 총을 맞아 죽게 된다.
이후 지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게 찾아가 보지만, 형사들은 살해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하며, 오히려 숨어있던 아빠를 그녀가 불러냈으므로 죽음에 대한 책임이 일부, 그녀에게 있음을 넌지시 알리기까지 한다.
마침내 아빠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조직의 보스인 최무진(박희순)을 찾아가 아빠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지우. 그리고 찾아주면 그 범인을 직접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무진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결국 곤경에 처한 지우를 구해주며 그녀를 돕기로 한 무진.
그는 지우를 조직의 체육관으로 데리고 가서, 그곳에서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게 한다.
여성은 단 한 명뿐인 그곳에서, 오로지 복수심과 깡 하나로 버텨내는 지우. 보스인 무진은 아빠를 죽인 범인은 경찰이라고 말해준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성인이 된 그녀는 조직이 키운 언더커버로서 경찰 '오혜진'이 되고, 경찰 조직 속에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한편, 보스인 무진을 돕는 이중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과연 들키지 않고 언더커버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아빠를 죽인 범인을 찾아 그녀의 손으로 응징할 수 있을 것인가?
2. 이름, 정체성,
그리고 혼란
이름. 이름이란 무엇인가. 주양육자 혹은 연배가 높은 가족이 붙여주는,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어떤 기호.
나는 내 이름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내가 되고, 그것은 마침내 나의 정체성이 된다.
가부장적인 위계질서와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이름 앞에 붙는 '성(姓)'은 내가 속한 어떤 일가(一家)를 뜻하며, 지금도 자기소개서 등에 즐겨 적는 '몇 남 몇 녀 중 몇 째'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개인에게 이름(姓과 이름을 합쳤을 때 비로소 온전한 기호이자 코드명이 된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종종 같은 이름(동명이인)이 있어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한자문화권인 한국에서 이름이란 대체로 이런저런 좋은 뜻을 가진 경우가 많다(한자 자체가 '뜻글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친족에 의해 이름을 부여받고, 시스템 속에 등록되어 편입되고, '개명(改名)' 등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평생, 이 이름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드라마 속 윤지우도 목적 - 아빠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 을 위해 '오혜진'이라는 가명으로 경찰이 된다.
즉,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가명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묻은 채 위태위태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필연적으로 서로 상충하게 된다.
자신의 원래 이름이 윤지우를 버렸다고 해서 자신이 윤지우가 아닌 것은 아니며 - 지금까지 윤지우로서 살아온 시간들은 잠시 멈출지언정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 ,
새로운 이름인 '오혜진'으로서의 삶도 비록 '가짜'이기는 하나 실제 그럴듯한 행동으로서 이를 증명해내지 않으면 금방 의심받거나 무너지기 때문이다.
즉, 윤지우는 복수를 위해 경찰 오혜진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가졌으나 이것은 윤지우 다워지기 위해(아빠의 복수를 위해) 잠시 쓰고 있는 가면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그녀는 흑과 백 양단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회색지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3. 뻔한 스토리,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마이 네임」 드라마는 폭력과 범죄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느와르(film noir, 느아르)를 표방하고 있으며, 내용상 이름과 정체성을 감추고 어떤 곳에서 또다른 삶을 산다는 점에 있어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느낌을 주는데,
특히 기본적인 설정에 있어서 홍콩 느와르의 기념비적인 걸작, 「무간도(無間道, Infernal Affairs, 2002)」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간도
경찰의 스파이가 된 범죄 조직원범죄 조직의 스파이가 된 경찰한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바뀌어버린 두 남...
movie.naver.com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마이 네임」의 시나리오도 신박하거나 새로울 것은 없다.
언더커버의 모호한 정체성, 일테면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식의 '호접지몽(胡蝶之夢 ; 장자의 제물론편에 등장함)'은 이미 기원 전에 등장한 우화이지만, 그 영향력은 지금도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인간에게 '정체성'만큼 평생을 두고 고민하게 만드는 대전제가 또 있을까? 그리고 언제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전작인 「부부의 세계」가 워낙에 유명했으므로, 주연인 한소희가 과연 '여다경' 역할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을 것인가도 하나의 관건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녀는 윤지우/오혜진 역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이며,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부부의 세계
tv.jtbc.joins.com
(이야기의 전개상 액션장면이 꼭 필요한) 여성 주연의 느와르물에 있어서 또 하나의 관건은 거의 실제 싸움을 방불케하는 수준으로 변모한(?) 요즘 액션에 한껏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이다.
그것은 극중 보스인 무진이 말하듯이, 급소만을 노리는 효율적인 타격을 할 것과, '이긴다'가 아니라 '죽인다'는 각오로 전투에 임할 것, 딱 두 가지의 기술을 전수하는 것에서 잘 드러나는데,
실제로 한소희 배우는 완력의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으로 약한 타격감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며 - 실제로 화면 속에서 점점 실력이 늘어가고 있었다 - , 액션씬에 있어서 '어설프다'라고 확연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카메라 워킹으로 커버하는 것에는 한도가 있으므로, 제작진도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4. 빌런들의 대활약
두 개의 이름, 두 개의 신분으로 인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윤지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성이 뚜렷한 빌런들의 인상적인 연기도 이 드라마의 포인트인데,
보스의 충직한 측근으로 등장하는 태주(이학주)와 한때 조직의 막내였으나 후에 조직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는 강재(장률)의 연기도 눈여겨 볼 만하다.
후에 지우가 몸담게 되는 마약수사대의 팀장 차기호(김상호)는 극의 중반부까지 당최 빌런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로(?) 끊임없는 의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며 - 물론 끊임없이 주인공 지우의 신분을 의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 , 같은 팀의 에이스인 전필도(안보현)는 처음에는 지우와 티격태격하면서 점점 미운 정(?)이 들게 된다.
어쨌든, 기억하셔야 한다.
이 드라마는 '누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인가' 보다 '두 개의 이름, 두 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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