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시간에는 사람은 자신과 닮은 외모나 비슷한 의견, 또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유사성의 법칙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1. 나는 안 그런데?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나는 아닌데. 나는 나와 정반대인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히, 이는 절친 오브 절친이나 연애의 법칙에 있어서 더욱 그런 것처럼 보인다.
제삼자가 관찰하기에, 언뜻 보면 닮은 구석이 거의 없는 것 같은 커플이나 지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잘 지내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유사성의 법칙'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완전히 틀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사성의 법칙이든 상보성이든, 사람에게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한다.
2. 상보성(Complementarity)
'상보성 또는 상보성의 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는 본래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빛'은 입자인가, 아니면 파동인가?
💬 입자성이란 하나의 물질로서 다른 물질에 충돌하면 충돌된 물질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파동성이란 빛의 에너지가 마치 물결처럼 일정한 굴곡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 파장으로 인해 여러 가지 색깔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빛의 이중성(입자성/파동성)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즉, 빛은 입자성과 파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입자와 파동은 개념적인 면에서 볼 때 서로 상보적(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이다(상보성 원리는 1927년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가 빛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하였다).
이러한 원리는 물리적 현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현상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는 평소에 조금이라도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되면 상당히 의존적인 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상황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구하지 않은 채 상당히 독립적으로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사람을 보았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대부분은 아마도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저렇게 의연할까, 혹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아니면 저 사람과 가까이 지내게 되면 조금이라도 저런 면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등등.
3. 자신에게 부족한 면을 상대가 메꾸어주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상대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혹은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물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경우는 제외한다), 확률이 높든 낮든 상대와 나와의 유사성, 혹은 공통점을 찾으려고 먼저 노력한다.
연애를 가정해놓고 본다면, '나는 나와 다른 면을 가진 사람에게 더 끌려'라고 말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또는 연애 경험은 없다고 할지라도, '중요한 타인(일테면 절친, 부모, 형제 자매 등등)' 들의 실제 경험을 관찰을 통해 간접 체험하였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와 닮은 점이 많아서 열정적으로 사랑했는데, 열정이 식고 나면 오히려 그러한 공통점이 점점 질리고, 마침내 싫증이 나게 되어 관계의 파국을 맞이해 본 사람일수록, 그 경험을 또 반복하기 싫은 것이다.
잘 아시겠지만, 관계가 지속되려면 상대가 보여주는 새로운(다른) 면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연애는 유사성의 법칙이 지배적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오랜 기간 함께 하여야 하는 결혼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다시 말하면,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그렇지 않은 관계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4. 자극 가치 역할, 결혼 선택 이론
사랑이란 무엇인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불타오르는 열정?
우리는 사랑에 매료되고, 사랑에 웃고 울지만 사랑이라는 개념을 객관적으로 정의 내리기 매우 어려워한다.
그것은 사랑이 매우 주관적일뿐더러, 크게 보면 다 거기서 거기같지만 실은 너무도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딱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고금의 심리학자들도 사랑의 정의나 속성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와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일테면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는 유명한 '사랑의 삼각형이론(triangular theory of love)'을 통해 사랑의 속성에 대해 '열정(동기적 측면)', '친밀성(정서적 측면)', '책임 또는 헌신(인지적 측면)'을 강조했으며,
머스타인(B. Murstein)이라는 심리학자는 결혼을 위해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 대해 자극, 가치호환성, 역할호환성의 측면에서 설명한 이론인 '자극 가치 역할 이론(stimulus value role theory)'을 제시하였다.
자극 가치 역할 이론은 '배우자 선택의 단계 이론'이다.
첫 번째 단계인 '자극'에서는 상대의 외모, 재력, 배경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큰 매력을 느껴서 이끌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느낄 수 있고, 도달하기 쉬운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물론 여기서 끝나는 관계도 있다), 다음 단계부터는 사뭇 미묘하고 복잡해진다.
두 번째 단계인 '가치(호환성)'에서는 자극 단계에서 서로 긍정적으로 끌린 두 사람이 기본적인 신념, 성향 또는 가치관 등에서 서로 합의에 다다를 수 있는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소의 차이는 있되, 이를 상호간의 합의를 전제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말이 쉽지, 상당히 고난이도의 단계이다. 당연하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관계는 여기서 끝난다).
세 번째 단계인 '역할(호환성)'에 이르게 되면 가치 호환성에 대해 비교평가해보면서 상호 간에 협력적인 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지를 실제로 검증해보는 것이다.
일테면 외벌이로 살 건지, 맞벌이로 살 건지, 결혼 전에 동거를 할 것인지(아니면 동거만 할 것인지), 집안 일은 누가 전담할 것인지, 아니면 몇 대 몇으로 분담할 것인지, 경제권은 누가 쥘 것인지, 또는 각자가 알아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최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합의(할당 또는 분담)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머리를 쥐어뜯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초기의 자극(매력, 호감, 끌림 등등)이 두 사람의 향후 관계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머스타인은 '꾸준히 잘 지내거나' '약혼을 한' 커플 약 200쌍(197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러한 데이터와 결과를 얻었다.
즉, 향후 가까운 시기에 결혼을 하기로 결심(선택)하였거나,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커플에게서 자극 - 가치 - 역할의 호환성을 발견한 것이다.
💬 상보적 관계는 연인 관계에서 많이 볼 수 있지요. 유사성의 법칙 때문에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도 결혼을 생각하게 되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상대에게 바라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출처 : [심리학 용어 도감], 시부야 쇼조, 성안 북스, p.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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