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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가을 하늘 관련 시 모음(낙엽, 가을 나그네, 성백군 10월은, 함민복, 가을 하늘, 박두진 하늘, 가을 관련 짧은, 아름다운, 감동적인 시 모음,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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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을 하늘이 
갓길 비 웅덩이에 빠졌군요
물은 하늘만큼 깊어 아득하고

그 속을
들여다보는데
낙엽 한 장 수면에 떨어집니다

괜히
내 마음에 이는 파문(波紋)

10월은
무작정 
먼 길 떠날 준비를 하는
가을 나그네입니다

- 성백군, 《10월은》, 전문

 

💬 시인 성백군은 1948년 경북 상주 출생. 1980년 미국 이민, 하와이 거주.
2005년 4월, 월간 '스토리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2015년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스토리 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16년 재외동포재단,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시집 '풀은 눕지 않는다', '비의 화법', '동행' 외 동인지 다수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성백군

 

 

깊고 푸른 가을 하늘. 가을 하늘을 호수에 비교하는 작품도 많고, 물에 비친 가을 하늘을 보고 가을 하늘이 물에 빠졌다고 노래하는 작품도 많다.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큼이나, 가을 하늘이 내려온 수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터. 물 위에 큼지막한 낙엽 한 장 떠다니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늘 흘러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흘러가고, 흘러가서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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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을 수 없다네
어머니 가슴에서 못을 뽑을 수도 없다네
차라리 못나게 살아온 세월로도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을 수가 없다네
어머니 가슴 저리 깊고 푸르러

- 함민복, 《가을 하늘》, 전문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민복 - 교보문고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민복 시인의 시는 유쾌하고 유니크하다. 또 인성을 담은 뛰어난 서정시다. 그의 시는 손등에 와닿는 햇살처럼 따사롭고 옷깃을 스치고 가는 바람처럼 쓸쓸하다. 그

product.kyobobook.co.kr

 

💬 함민복 시인은 1962년 충청북도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4년간 근무하다가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부터 강화도 화도면 동막리에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 쓰는 것 말고 다른 직업이 없는 전업 시인이다.

지은 책으로 시집 『우울氏의 一日』,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 있으며,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미안한 마음』,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등이 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함민복

 

 

개인적으로는, 함민복 시인의 이 시집이 제일 마음에 와닿는다. 위의 시 《가을 하늘》은 물론이고 《선천성 그리움》, 《눈물은 왜 짠가》 등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명작들이 실려있기 때문이다.

 

가을 하늘을 보며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못을 생각하다니, 정말 생각하지도 도입부였다. 자식된 입장에서, 이런저런 삶의 굴곡들로 점철된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못은 결코 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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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흘러도, 아이를 낳는 고통은 여전할 것이며, 어머니에게는 나이가 몇 살이 되더라도 언제나 애달픈 것이 자식일 것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과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많이 다르다고.

 

부모는 자식에게 언제나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 하고, 자식은 언제나 부모에게서 무엇인가를 가져가려고 한다. 아무리 내가 부모를 평소에 생각하고 아끼고 존경하고 소위 말하는 효를 행하고 있다고 자부한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리거나 알아차릴 수는 없을 것이다.

 

뺄 수도 없이, 항상 박혀 있기만 한 어머니 가슴의 못. 

 

 

 

하늘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 박두진, 《하늘》,전문

 

 

 

박두진

시인.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한 이후, 자연과 신의 영원한 참신성을 노래한 30여 권의 시집과 평론·수필·시평 등을 통해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주요 작품으로 《거미의 성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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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넓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점점 하늘이 내게로 내려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닷속에서는 시간이 늦게 흐른다는 말처럼, 호수 같은, 바다 같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가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나는 지상에서 홀로 하늘로 떨어지고, 하늘은 다시 나를 품에 안아 지상으로 데리고 오는 것만 같다. 

 

언제쯤 가을 하늘을 보며, 이 시처럼 내 마음도 익어가노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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