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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에드워드 호퍼 작품(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밤의 사람들, 도시인의 고독, 조세핀 버스틴 니비슨, 아침 해, 리얼리즘, 하이퍼리얼리즘, 팝 아트, 히치콕, 마크 로스코)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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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사람들 (Nighthawks)」

에드워드 호퍼, 1942년, 유화,

84 x 152cm, 시카고 미술연구소

 

* 출처 : 에드워드 호퍼 작품 갤러리

 Edward Hopper at the National Gallery of Art

 

 

도시의 밤,

길 모퉁이에 있는 레스토랑에 

남녀 한 쌍,

혼자온 듯한 남성 한 명,

그리고 나이든 종업원이 있다. 

 

종업원을 제외하고

손님은 단 세 명,

주변의 건물에 불이 꺼져있고,

인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제법 깊은 밤일 것이다.

 

중산모를 쓴 남성, 그리고

윤이 나는 붉은 색, 혹은

벽돌 색 계통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드레스와 깔맞춤이라도 하듯

비슷한 머리 색을 하고 있다.

 

테이블에 머그 잔 같은 것이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가볍게 한 잔한 후 

이곳에서 커피만 즐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종업원과 가벼운 잡담이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뭔가 또다른 메뉴를

막 주문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이쪽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남자는 포켓북이라도

꺼내서 읽고 있는 것일까. 

 

실내에 과연 음악이 흐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곳은 어쩐지 적막감이 느껴지며,

피곤함과 쓸쓸함,

그리고 고단함이 스멀스멀

묻어나오는 것만 같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 모두,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혼자 온 남자 손님의 '등'조차 그러하다)

 

이것은 도시의 얼굴,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얼굴이다. 

 

 

 

마치 당시 영화의 한 장면(또는 스냅사진)을 그대로 캡쳐해놓은 듯한 이 '상념덩어리' 같은 그림의 작가는 20세기 도시인의 고독을 가장 정직하게(리얼하게) 그려낸 '사실주의 작가'로 평가받는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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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후퍼. 사진출처 위키백과

 

■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 
188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예술학교에서 로버트 헨리에게 그림을 배웠다. 1906년 24세 때 파리로 유학을 떠났으나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1910년까지 유럽여행을 하였다.

1913년 그는 아모리 쇼에 그림들을 전시했고 1915년 에칭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전향하였으며, 1924년까지는 주로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주로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렸으며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산업화와 제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모습을 잘 나타냈고, 그 때문에 미국의 리얼리즘 화가로 불린다. 

* 출처 : [위키백과], 에드워드 호퍼

 

 

이 그림이 그려진 1942년이라는 시대상을 감안한다면 세계 제 2차대전이 한창일 무렵인데, 비록 본토에서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감을 상징이라도 하듯 거리에는 우울함이 떠돌고, 그와 대비되는 레스토랑의 화려한 조명이 이 그림의 제목처럼 '밤의 사람들' 혹은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든다(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예나 지금이나 대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아 일자리를 찾아 속속 몰려드는 곳이고, 그칠 줄 모르는 소음이 종일 끊기지 않는 곳이다. 어쩌면 대도시의 삶에는 진정한 휴식이나 쉼표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림 속의 사람들처럼 상념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중 과연 얼마나 될까.

 

게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종종, 우리는 하얗게 밤을 지새우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고단하고 파리한 얼굴로, 우리는 다시 일터로 나간다.

 

이렇게 많은 건물들과 즐길거리, 그리고 관계들로 넘쳐나는 도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외롭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 우리들의 관계라는 것은 피상적이게 마련이며, 우리들의 일상은 이래서 불안하고 또 저래서 불안하다.

 

누구도 나의 불안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모두가 크던 작던, 다양한 형태로 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방구석에 앉아있다고 해도 우리는 SNS 등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직접 만날 수 없지만 어떤 사람과도 유대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쩐일인지 단절과 황량함을 이야기 한다.

 

이토록 화려한 조명 속에 앉아있어도, 각자의 상념속에 잠겨있는 그림 속 등장인물들처럼.

 

이 그림은 분명히 컬러로 채색되어 있는데, 내 눈에는 어쩐지 차갑고 둔탁한 모노크롬의 그것처럼 보인다. 마치 옛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 출처 : [네이버 영화], 씬시티(Sin Cit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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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삽화가, 반려를 만나다

 

에드워드 호퍼는 본래 전업화가(순수 예술)를 꿈꾸었지만,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 부모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의 길을 걷는다. 

 

"내가 삽화에 진짜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돈을 좀 벌기 위해 억지로 하게 된 것이다. 그게 전부다. 나 자신이 그 일에서 흥미를 찾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 1956년 12월 인터뷰 중

* 출처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서해문집, p.61

 

 

이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은 자신의 흥미가 가는 분야, 즉 직업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나 흥미는 있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혹은 적성에는 맞으나 흥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도 얼마든지 있지만, 일차적으로 흥미가 가는 분야가 중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어쨌든 가난하고 무명인 삽화가 호퍼는 후에 아내가 되는 조세핀 버스틸 니비슨(Josephine Verstille Nivison)을 만나면서부터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그들은 1924년 7월 9일 부부가 된다). 

 

"연애기간이던 1923년 11월부터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조세핀은 브루클린 미술관으로부터 <미국과 유럽화가들의 수채화와 드로잉 그룹 전시회>에 작품 6점을 출품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전시회 준비위원과 미술관장, 큐레이터에게 호퍼의 작품도 검토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호퍼의 수채화 6점이 조세핀의 작품들 옆에 함께 전시되고, 막상 전시회가 시작되자 호퍼의 수채화들이 예상치 못한 열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 열린 단독 전시회에서는 모든 작품이 팔려나가는 성공을 거두었다."

* 출처 :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서해문집, p.61

 

 

이것은 그의 첫 번째 성공담이다. 그 뒤로 호퍼는 그토록 원했던 '오로지 그림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를 쟁취하게 된다.

 

아내이자 동료화가인 조(조세핀)의 헌신적인 내조와 희생 덕분에 그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도시인의 고독과 단절과는 다른,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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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해(Morning Sun)」,

에드워드 호퍼, 1952년,

캔버스에 유채, 

오하이오 콜럼버스 미술관 소장

 

* 출처 : 에드워드 호퍼 작품 갤러리

 Edward Hopper at the National Gallery of Art

 

 

눈치채셨겠지만, 이 그림의 모델은 바로 그의 아내 조세핀이다. 그는 평생에 걸친 작품활동 동안 오직 그녀만을 여성모델로 썼다고 한다.

 

누구의 삶에나 명암은 있듯, 독립된 정체성을 가진 화가였지만 남편이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했던 조력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 조세핀.

 

그리고 때로 아내의 당연한 창작욕구를 견제하려고 시도했던 남편 에드워드 호퍼. 

 

무릇 세상에 올 때 어머니의 태(胎)를 빌리지 않은 이는 없듯이, 오로지 '나 자신'으로만 살아가고 무엇을 이루는 사람은 없다.

 

가족이든 지인이든, 그의 곁에는 그들만큼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과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조력자와 동반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 종종 심각할 정도로 부부싸움을 하기도 했지만, 둘의 오래고 복잡한 관계는 호퍼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바꿔 말하자면 아내의 존재는 호퍼의 작품에 있어서 필수적이었다.

왜냐하면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델을 서주었던 아내 조세핀은 호퍼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들을 매우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501 위대한 화가, 2009. 8. 20., 스티븐 파딩, 박미훈,

위키미디어 커먼즈, 내셔널 갤러리 런던,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더 브릿지먼 아트 라이브러리, 비피케이)

 

 

(가장 미국적이자 가장 도시적인 작품을 남긴)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 기억되는 에드워드 호퍼는 마크 로스코(러시아 출신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노먼 메일러,  유명한 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 그리고 팝아트. 수퍼리얼리즘(Superrealism)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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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는 우리들의 삶은 치열하고 화려하지만, 오늘도 쓸쓸하고 그늘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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