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시간에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말의 내용 그 자체보다 시각. 청각적 정보(목소리, 음색, 행동 등)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하는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메라비언의 법칙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1. 고슴도치 딜레마의 뜻
「바람까지 매섭게 부는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있었다. 추위를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던 한 고슴도치가 다른 고슴도치에게 제안했다.
'날이 너무 추우니 우리, 서로 꼭 붙어서 체온을 유지하자.'
다른 고슴도치도 싫을 이유가 없으니 고개를 끄덕였고, 제안을 한 고슴도치가 지체 없이 다른 고슴도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금세 '앗, 따가와! 저리 가!'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마리의 고슴도치는 서로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고슴도치의 날카로운 가시가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위의 이야기는 독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저서 《소논문집과 보충논문집(또는 여록과 보유, Parerga und Paralipomena, 1851)》에 실려있는 고슴도치와 관련한 우화를 각색한 것이다.
우화 속의 고슴도치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서로에게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딜레마(dilemma)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
🟪딜레마(dilemma) :
1.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예 : 딜레마에 빠지다)
2. 철학 대전제가 두 개의 가언적 명제의 연언(連言)으로 되어 있고, 소전제가 대전제의 두 전건을 선언적으로 긍정하든가 혹은 두 후건을 선언적으로 부정하는 형태로 되어 있는 삼단 논법.
예를 들면, ‘네가 만일 정직하면 세인이 증오할 것이고, 만일 부정직하면 신이 증오할 것이다. 너는 정직하든가 또는 부정직하다. 그러므로 너는 세인의 증오를 받든지 신의 증오를 받는다.’라고 하는 것이다.
* 출처 : [네이버 국어대사전], 딜레마
일반적으로 딜레마라고 하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를 말한다.
즉, 고슴도치의 경우 추위를 피하려면 서로 붙어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거리를 좁히게 되면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게 되니, 난처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관계에 있어, 서로의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심리상태를 일컬어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부른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이후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Freud)가 자신의 저서 《집단 심리학과 자아의 분석(Group Psychology and the Analysis of the Ego, 1921)》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를 인용하여 그 영역을 심리학 전반으로 넓혔다.
✅ 그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결혼, 우정, 부모-자식 관계 등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는 “혐오(aversion)와 적대(hostility)의 감정의 잔여물”이 존재하며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은 억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 일화를 인용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감정이 발생하지 않는 관계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밖에 없다고 보았으며, 그 이유는 나르시시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이트의 많은 저서가 친밀함(intimacy)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가 적절한 수준의 친밀함인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친밀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인간이 어떻게 친밀함을 갈구함과 동시에 거부하는지 탐구했다. 따라서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는 대인관계에 대한 프로이트의 문제의식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고슴도치 딜레마 [hedgehog’s dilemma]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2. 상처받기 싫은 인간들의 딜레마
우리들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거의 필연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일찌기 쇼펜하우어도 고슴도치 우화를 통해, 타인으로부터(외부로부터)의 따뜻함을 바라는 사람은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어느 정도 타인에게 상처를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는 그가 살았던 시대보다 인간관계가 더욱 계산적이고, 복잡하며 각박해졌다.
내게 다가오는 타인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두렵고, 나의 의도도 상대에 의해 곡해되거나 무시당할까봐 두려운, 그래서 더욱 타인에게 다가가기가 두려운, 딜레마의 딜레마의 딜레마가 난무하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상처를 받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그리고 상처를 주는 것도 싫은 나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아예 관계맺기를 꺼려하는 상황이 너무도 흔해진 것이다.
따라서 SNS를 통한 간접적인 관계맺기를 더욱 선호하게 된 것도, 어떻게보면 그러한 두려움을 잘 대변해주는 하나의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 반면 고슴도치의 가시라는 표현이 언제나 이처럼 심각한 상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깊게 사귀게 되면 요구받는 것도 많아지고 거치적거리고 깔끔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즈음, 고슴도치의 가시는 오히려 쿨한 관계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요새는 ‘어장을 관리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요. 이성 친구 한 사람에게 마음을 온전히 주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영원히 유보한 채 여러 명의 이성 친구에게 다가설 듯 말 듯하면서 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랍니다.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돋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얽매일까 봐 일부러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이런 현상도 일종의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고슴도치 딜레마 [Porcupine’s Dilemma]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2011. 10. 20., 정성훈)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비록 가시에 찔려서 상처를 입을 수 있으나,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실제의 고슴도치 집단이 어떻게 가시로 인한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추위를 견디는지 아는가?바로 가시가 없는 머리를 서로 맞대어 체온을 유지한다(아래의 글을 참조하시라).
💬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끔 의견 차이 등으로 충돌하는 일이 있지요? 이는 건전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이 충돌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돈독한 관계를 다지고 싶지만 상대방과 얽히면서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 것이지요.
이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면 상대방과의 거리감을 잘 조정하지 못해 언제까지나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가 없어요.
* 출처 : [심리학 용어 도감], 시부야 쇼조,
성안북스, p. 162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예의(예절)'을 차리며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은 어쩌면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특히 과업과 직무 중심으로 구성된 회사조직 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고, 또 그럴수밖에 없을 것이다(또한 서열과 예의를 중시하는 유교중심사회에서는 이게 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되면 주변에 절친은 하나도 없고, 온통 계산과 예의라는 가면만을 쓴 관계만이 남아 허무해질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자율성과 상호의존 사이에서 우리는 종종 무엇인가를 선택하면서, 딜레마에서 벗어나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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