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게 되면 누구나 단번에 사랑에 빠져버리게 만드는, 말 그대로 상대를 향해 불타오르는 묘한 힘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묘약'.
물론 상대를 끝없이 그리워하고, 상대를 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으며, 어떤 논리적인 이유를 뛰어넘어 마치 열병과도 같이 상대를 갈구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사랑 그 자체가 이미 설명하기가 어려운 불가사의한 작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같거나 적어도 비슷하다면 모르나, 만약 그것이 일방향, 즉 짝사랑의 수준이라면 사랑에 사로잡힌 당사자는 아프고, 쓸쓸하고, 또 괴롭다.
나는 당신을 보고 있는데, 당신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 이것은 달콤하지만 지옥같은 고통일지니.
즉, 사랑의 묘약은 그 짝사랑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도저히 '서로 사랑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마법의 힘을 빌어 그것을 이루어낸다는, 한바탕 꿈이나 몽상과도 같은 것이기에, 예로부터 음유시인들에 의해 불리워지거나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처럼 내려오기도 한다.
1.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
▣ 사랑의 묘약과 관련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전설 중 하나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트리스탄(Tristan, 혹은 트리스트람 Tristram)과 이졸데(Isolde, 혹은 이졸트 Isolt)'일 것이다.
💬 콘월의 용맹한 기사인 트리스탄은 그의 나라에 조공을 요구하는 아일랜드의 기사 모홀트와 일대일로 싸워서 모홀트를 죽이고 승리하지만, 그 역시 독이 밴 칼에 맞아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더구나 콘월에서는 그를 치료할 방법이 없는 상태. 트리스탄은 아일랜드로 넘어가 (신분을 감춘 채) 이졸데에게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죽인 모홀트의 사촌이자 약혼자. 이졸데는 그가 약혼자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를 죽이지 않고 치료해 준다.
후에 콘월의 왕이자 그의 숙부인 마크의 신부감으로 선택된 이졸데를 데리고 가는 도중에 트리스탄은 본래 마크에게 주려고 했던 사랑의 묘약을 그녀와 함께 마셔버리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마크왕과 이졸데는 예정대로 결혼을 하지만, 이미 사랑의 포로가 된 두 사람은 이후에도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나중에 왕궁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어, 현재는 여러 버전으로 전승되는 두 사람의 만남과 비극적 엔딩이 있다는 뭐, 그런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어쨌든 여러 버전으로 각색되거나 덧붙여진 기사들의 무용담과 비극적인 로맨스로 점철되어 있는 - 다시 말해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고 관심있어 할 만한 - 이 중세유럽의 '최대 연애 이야기'는 13세기 초반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가 쓴 소설버전이 가장 유명한데, 후에 바그너(Wagner)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 리하르트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Liebestod)"
출처 유튜브 https://youtu.be/qp1HESlcuLM
2. 오페라 사랑의 묘약,
남몰래 흐르는 눈물
이와 같은 전설. 전승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사랑의 묘약.
그런데 우리가 흔히 '사랑의 묘약'하면 떠올리는 오페라는 이탈리아의 도메니코 가에타노 마리아 도니체티(Domenico Gaetano Maria Donizetti, 1797~1848)가 작곡한 '희가극(喜歌劇)', 즉 코메디 오페라를 일컫는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탈리아 어로 L'elisir d'amore, 1832년)'의 내용(줄거리)은 아래와 같다.
✅ 19세기 이탈리아의 한 시골. 젊은 농부 네모리노는 아름다운 지주의 딸 아디나를 짝사랑한다. 어느 날 아디나는 네모리노를 포함한 다른 농부들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책을 읽어주는데, 트리스탄이 이졸데에게 사랑의 묘약을 먹이는 장면이 나오자 농부들은 진짜 그런 묘약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후 마을에 돌팔이 약장수인 둘카마라가 마차를 타고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은 둘카마라에게 약을 산다. 네모리노는 둘카마라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 얘기에 나온 사랑의 묘약이 있는지 물어본 뒤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을 구입한다.
하지만 사랑의 묘약의 정체는 싸구려 포도주인 터라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네모리노는 그저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져 노래를 부른다. 아디나는 마을을 찾은 군인 벨코레의 청혼에 응하지만 막상 결혼 계약서를 앞에 두고는 서명을 미룬다.
둘카마라에게서 새로운 묘약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네모리노는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네모리노의 삼촌이 죽으면서 네모리노에게 막대한 유산을 넘기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는 소식이 퍼지고 이 소문을 들은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관심을 표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자신이 둘카마라에게서 산 새로운 약이 약효가 듣는 거라고 믿는다.
한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대에 들어갈 생각까지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감동한다. 벨코레에게서 네모리노의 군입대 계약서를 도로 사 온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그것을 내밀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후 둘카마라가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마차를 타고 떠나며 극은 마무리된다.
* 출처 : [나무위키], 사랑의 묘약 중에서
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원전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와 어디가 어떻게 다를까?
① 주인공 두 남녀의 신분, 즉 주인공 남성(네모리노)은 농부이고, 주인공 여성(아디나)은 지주의 딸이다.
② 마을 사람들이 사랑의 묘약으로 알고 구입한 것은 돌팔이 약장수가 만든 가짜 묘약, 즉 싸구려 와인이다. 따라서 네모리노는 기분좋게 취할 뿐이다.
③ 그런데도 네모리노는 바보같이 돌팔이 약장수에게 새로운 묘약을 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인이 되기로 결심하지만, 뜻밖에도 삼촌이 그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는 역으로 많은 여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그는 이것을 묘약의 효능으로 잘못 알고 만다.
④ 결국,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아디나의 마음을 얻어, 둘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뭐 이 정도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장 큰 차이점은 원전의 비애와 비극이, 마을 사람들과 주인공의 어리숙한 행동으로 바뀌고, 무엇보다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의 묘약'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2막의 테너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다. 잘 아시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희극 또는 코믹한 분위기를 가진 이 오페라 중 가장 서정적이면서 슬프게 '느껴진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네모리노가 슬퍼하면서 부르는 것이 아닌, 아디나가 몰래 흘리는 눈물을 보고 '그녀의 눈물을 보니 실은 그녀도 나를 사랑하는구나'하는, 이른바 '이심전심'을 포착하여 감격의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는 이 아리아가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도니체티를 말리기도 했지만, 도니체티의 고집으로 오페라에 들어가게 됐고, 현재는 사랑의 묘약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리아가 되었다.
* 출처 : [나무위키], 사랑의 묘약 중에서
그렇지만, 반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의 본질은 슬픔이고 안타까움이며 고통이라는 것을, 대중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는 것.
물론 네모리노는 그녀의 마음을 나름대로 확신한 순간, 자신의 열정이 그녀에게 전달되었다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지만, 사랑은 본래 그 사람을 보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감격하고 때로는 행복해하는 우리들의 온갖 만감에, '사랑'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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