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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여름 관련, 6월의 시 모음②(짧은 시, 좋은 시, 초여름, 나태주, 쓸쓸한 여름, 해변, 비비새, 동백, 고은영, 6월의 표정, 가지 말라는 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바다, 시 감상)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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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여름


챙이 넓은 여름 모자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그것도 빛깔이 새하얀 걸로 하나
사주고 싶었는데

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여름은 와서

나만 혼자 집을 지키고 있소
집을 지키며 앓고 있소

- 나태주, 《쓸쓸한 여름》, 전문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나태주 스페셜 에디션) - 교보문고

꼭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길이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가지 말라는데 한사코 그 길을 간 사람도 있다. 아마도 이 시대의 문인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기도 할 것이다. 시인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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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초순인데도 낮 최고 기온이 30도라니, 부서지는 햇살에 눈은 따갑고, 등에서는 쉴 새 없이 땀이 흐르고, 에어컨마저 축축하게 느껴진다. 여름은 더운 거야, 하며 제아무리 스스로를 달래 보아도 찡그린 얼굴, 축 처진 어깨는 좀처럼 펴질 줄을 모른다.

 

사람의 망각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무섭다. 나중에 겨울이 오면 또 춥다고 덜덜 떨게 뻔한데, 당장 눈앞의 것도 어쩌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니.

 

일테면 '서늘한 여름'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때때로 나는 숨이 막힐 듯한 여름의 열기에도 쓸쓸한 상상을 하곤 한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도 안 했는데, 해마다 이렇게 여름의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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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오동꽃은 피었다 지고/

개구리 울음 소리/ 땅속으로 다 자즈러들고/

그대 만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여름은 와서/

 

이 시의 내용처럼 마침 내가 살고 있는 곳 맞은편에 오동나무 하나가 꽃을 피웠기에, 올해도 여름이 오긴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시를 읽으며 다시 한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만나고픈 사람을 여러 가지 이유로 만나지 못한 채 다시 여름을 맞이하는 시적 화자의 심정이, 더욱더 쓸쓸하게 가슴을 친다. 

 

여름의 더위는 단순히 불쾌지수만 높이는 것은 아닌가 보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도, 우리의 마음은 복잡하게 서로 부딪힌다. 

 

 

 

 

해변


으스스 차운
동백꽃 숲에

하루 종일 휘도는
비비새 울음

곁눈질해 곁눈질해
그대 마음 읽었건만

끝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피를 문듯 붉은 입술
동백꽃잎 붉은 입술

부르르 더욱 파래진
바다의 속살.

- 나태주, 《해변》, 전문

 

여름 하면 늘 그렇듯 바다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그 곁에 이부자리를 깔고 잠을 청할 수만 있다면, 가만히 수면 위를 비추는 달과 별빛에 매료되어, 그렇게 몇 시간이고 생각에 잠기고 싶은 바다, 그리고 그런 나의 족적이 남은 해변.

 

물론 이 시에 등장하는 해변은 여름의 그것은 아니다. 동백꽃 숲이 남아있는 그곳은 이른 봄, 아직 으스스한 한기가 도는 가운데 멀리 갈대밭 또는 덤불 속을 바쁘게 누비는, 수다스러운 비비새의 울음소리만 정적을 깨는 그런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즈음의 바다 풍경이 더 좋은 터라, 이렇게 여름이 성큼 다가온 무렵에 떠올려본다. 

 

아아, 조금은 시원해지는 것도 같다. 

 

피를 문듯 붉은 입술/

동백꽃잎 붉은 입술/

 

부르르 더욱 파래진/

바다의 속살./

 

개인적으로, 이 시에서 가장 절창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붉은 동백꽃과 휘파람 소리 같은 비비새의 울음이 감도는 푸른 속살의 바다가 넘실대는 어떤 해변. 

 

참고로, 비비새는 참새목에 속하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Vinous-throated Parrotbill)'를 일컫는 방언이다('뱁새'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붉은머리오목눈이

[특징] ◈ 동작이 재빠르고 움직일 때 긴 꽁지를 좌우로 흔드는 버릇이 있다. ◈ 덤불, 갈대밭, 관목, 잡초가 자라는 지역에서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질서 있게 움직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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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 교보문고

읽고 쓸수록 빛나는 그때, 그날의 사랑 시 | 구전시가, 허난설헌의 한시에서 김영랑과 나희덕의 시까지시대와 시간이 지나듯 사랑과 이별의 여정도 이어지다마치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연서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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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표정


늦은 밤 달무리진 하늘을 본다
의미도 모르는 슬픔이 열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도회의 빌딩들

인생을 건넌다는 건
의식 안에 배설되지 않은
외로움의 담담한 침묵을

통증없이 받아들이는
또다른 통증의 쓸쓸함이다

낮에 하늘을 구르던
무표정한 구름에

벌써 유월은 소리없이 각인되어
슬며시 미소짓고 있었다

시간을 입고 누운 유월은
침대에서 바라본
밤의 얼굴보다 더욱 환하다

- 고은영, 《6월의 표정》,전문

 

소화(宵火) 고은영은 서양화가 겸 시인. 수필가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월의 표정》에 등장하는 여러 시어들은 하나의 회화처럼, 또한 시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늘을 바라 볼 여유가 많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슬픈 일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는 않지만 일상에 치이고 복잡함에 매몰되다 보면, 그 간단한 동작마저 마치 금기사항이라도 되는 양 어렵다. 

 

그것은 하늘에 특별히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온갖 문명의 이기들로 뒤덮인 지상에서 잠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을 잠시나마 경험하며 한숨을 돌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슬픔에 명확한 의미가 있을까. 단 하나의 슬픔에 단 하나의 의미, 단 하나의 장면만이 담겨져 있을까. 세상은 알 수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슬픔이 무거워지면 신체의 고통, 즉 통증으로 다가온다. 왜, 격한 슬픔이 꽉 막힌 가슴과 눈의 아픔을 동반하듯이 말이다. 

 

지금 당신이 바라보는 6월의 표정은 어떠한가. 

 

2022.05.25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여름 관련, 6월의 시 모음①(초여름, 짧은 시, 좋은 시, 아름다운 시, 나태주, 유월에, 허형만, 초여름, 물 냄새, 윤보영, 6월 편지, 그리움, 사랑, 가슴에 내리는 비, 서정시, 시 감상)

 

✔여름 관련, 6월의 시 모음①(초여름, 짧은 시, 좋은 시, 아름다운 시, 나태주, 유월에, 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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