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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귀, 명언, 힘이 되는 시

✔위로가 되는, 힘이 되는, 감동적인 좋은 시, 짧은 시 모음(위로와 격려의 시, 장석주 대추 한 알, 나태주 혼자서, 안소연 나선형의 시간, 위로 시 구절)

by 이야기가 있는 정원 2022.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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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 장석주, 《대추 한 알》, 전문

 

💬 장석주는 시인, 산책자 겸 문장 노동자. 서재와 정원과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파주에 살며 책을 쓰거나 강연에 나서고 있다. 1955년 1월 8일(음력),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였다. 나이 스무 살이던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하고, 스물 넷이 되던 1979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문학평론이 입상하면서 등단 절차를 마친다. ‘고려원’ 편집장을 거쳐 ‘청하’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동안 15년간을 출판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3년여 동안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2000년 여름에 서른여섯 해 동안의 서울생활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에 집을 짓고 전업작가의 삶을 꾸리고 있다. 

저서로는 『몽해항로』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일요일과 나쁜 날씨』, 『행복은 누추하고 불행은 찬란하다』,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이상과 모던뽀이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고독의 권유』, 『철학자의 사물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시간의 호젓한 만에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공저) 등이 있다. 애지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출처 : [yes 24], 작가 소개, 장석주 중에서 

 

 

 

대추 한 알 - YES24

가을, 무얼 하든 알맞은 계절입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색에 잠기기 딱 좋은 계절이지요. 치열했던 여름을 견뎌 낸 온갖 생명들이 익어가고 바래가고 저물어가는 풍경 속에 서면, 저절로

www.yes24.com

 

 

대추가 영글어가려면 아직도 먼, 아직 삼복도 지나지 않은 계절이라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이 시 《대추 한 알》이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의 대추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실 것이다.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2년 여만에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어 간다고 하는 요즘에 돌이켜 보았을 때, 마치 너무도 갑작스럽게 내 인생에서 2년 남짓한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것만 같은 - 느닷없이 타임 슬립이라도 한 것만 같은 - 느낌이다.

 

통째로 없어진 것만 같은 시간과 기억.

 

어쩌면 나도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팬데믹을 온몸으로 받고 수입이 곤두박질 치거나, 갑자기 일이 뚝 끊기는 등,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고통스런 장면들을 무의식의 저편으로 저장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몇 달간은 정말, 물고기처럼 가끔 입만 뻐끔뻐금, 그렇게 망연자실하며 흘려 보낸 것 같다.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필사적으로 발을 동동 굴려도 보았다.

 

분노와 원망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꿀꺽, 삼키기도 했다.

 

그 때 읽었던 시 중 하나가 바로 장석주의 《대추 한 알》이었다. 농가에서 자랐거나 농사일을 경험해 보신 분이라면, 자연의 이치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아실 것이다.

 

아무런 수고로움도 없이 자라는 농작물은 단 한 개도 없다. 

 

대추 한 알조차도 태풍, 천둥, 벼락, 무서리, 땡볕 등을 다 거쳐야 비로소 익는다. 하물며 사람의 일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물론 누군가는 고향 생각,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대추 생각 등등,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감상은 다르겠으나, 나는 이것을 고통없는 성장은 없다, 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시를 통해 내가 느끼는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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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 나태주, 《혼자서》,전문

 

 

 

나태주 대표시 선집: 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 - 교보문고

풀꽃 나태주 시인이 다시 모아서 엮은 47년간의 시세계‘걱정은 내 몫이고 사랑은 네 차지’라는 부제로 돌아온 이번 선집은 앞서 출간된 『나태주 대표시 선집: 이제는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www.kyobobook.co.kr

 

 

본문 중 '의초롭다'의 뜻은 '화목하여 우애가 두텁다(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즉 사이가 좋다, 의좋다 정도의 뜻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만 같은 때가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고립감을 가장 두려워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만 이룩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많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상호 간의 의가 더 두터워지는 일도 많으며, 철저한 경쟁 속에서 승리하였을 때의 성취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반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관계는 피상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많으며, 문화적인 특성상 집단에 소속되어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문득, 있는 그대로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는 너무도 보잘 것 없고 평범하다 못해 시시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도 고통도 의초로움도, 내가 나로써 존재함으로 느껴지는 것이고, 보이는 것이다. 

 

종종 외롭고 힘들지만, 종종 불완전하고 서툴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써 참 아름답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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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형의 시간


지나가 버린 시간은
이제 나의 시간이 아니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언제든지
그대로 흘려보내고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도
스스로 버텨내야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물음도
이유를 떨쳐버려야 한다

머무르는 밤으로 채워가는 것이 아닌
머무름을 밀어내는 밤으로 보내야 함을

지나가는 시간에 숨을 불어넣지 않고
다가오는 시간에 익숙해져야 한다

- 안소연, 《나선형의 시간》, 전문

 

💬 작가 안소연은 '문학 고을' '문학의 봄'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너에게 집중할 시간》, 《계절이 지나갈 때》, 《시간의 언덕을 넘어》 등이 있다.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듯, 지나가 버린 시간은 이제 나의 시간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도, 어떤 장면 중 하나를 수정할 수도, 리셋하고 재시작을 할 수도 없다.

 

얼마든지 애달프고, 후회되고, 아파할 수 있지만, 눈물의 강에 잠겨서 함께 흘러가서는 안 된다.

 

나에게는 다가오는 시간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에만 사로잡혀, 다가오는 시간까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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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언제나 옳은 판단만 내리는 것은 아니듯,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없듯, 회한에 몸부림친다고 해서 그것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슬퍼하고 적당히 괴로워하고 적당히 후회한다는 것의 '적당히'가 도대체 얼마만큼인가 하는 것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했든 그렇지 못했든 간에 언제까지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으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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